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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8-28 10:49
2015년 8월 28일 머니위크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4,044  

[탁PD의 톡쏘는 이야기] '맥주 순수령'과 '필·바·둥'

◆독일 맥주 품질 유지한 '맥주 순수령'

라인하이츠게봇(Reinheitsgebot). 우리말로 번역하면 '순수함에 대한 법령'이라는 뜻을 지닌 이 포고문은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법조문 중 하나일 것이다. 남부 독일, 바이에른 지역의 영주였던 빌헬름 4세가 발표한 이 법령은 맥주 제조에 물, 보리, 홉(Hop) 이외의 재료 사용을 금한다.

사실 이 법률은 왕실 재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보리에 대해서는 왕실이 전매권을 행사했기 때문에 보리 수매는 곧 왕실의 수입이었다. 하지만 그런 목적보다 이 법령이 더 오랫동안 강하게 영향을 미친 것은 바로 독일 맥주의 품질이다. 그전까지 맥주 제조에 성분이 불분명한 첨가물을 사용하던 관행을 혁파하고 맥주를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음료로 만든 계기가 됐다.

모든 일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는 법. 맥주 순수령은 독일 맥주가 높은 품질을 유지하는 밑바탕이 됐지만 역설적으로 다양화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하기도 했다. 과일과 향신료 등 상상력이 허락하는 한계 안에서 다양한 재료를 시험하는 이웃나라 벨기에와는 달리 독일의 양조자들은 과거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맥주의 제조법에 따라 묵묵히 맥주를 만들고 또 만들었다.

그 결과 독일 맥주는 한가지 일을 오래한 사람 또는 집단만이 가질 수 있는 '달인의 아우라'를 갖게 됐고 맥주 순수령을 어기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맛을 내는 맥주의 제조법도 터득하게 됐다.

이태원 초입의 언덕길 위에 있는 '서스티 몽크'는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한잔 걸치기에 딱 알맞은 펍이다. 다른 건물들의 옥상이 내려다보이는 위치에서 맥주 한잔을 들이켜다 보면 바삐 뛰어다녔던 하루의 고단함이 어느 정도 보상받는 느낌이다.

이곳은 독특하게도 독일 맥주 중 단 한브랜드만으로 구성됐다. 독일에서도 가장 오래된 양조장으로 알려진 바이엔슈테판이 바로 그것이다. 725년 베네딕트파의 수도사들에 의해 설립된 이래 이들은 외국 유수의 맥주 평가 기관에서 밀맥주 부문 1위를 놓치지 않으며 독일 맥주의 권위를 대변하는 대표선수의 역할을 했다.

'서스티 몽크'에서 제공하는 바이엔슈테판의 맥주들은 옥토버페스트 시즌에 마시는 맥주와 동일하게 제조한 '페스트비어', 시그니처 아이템인 밀맥주 '헤페바이스', 일반 독일 맥주보다 두배 강하게 양조한 도펠복 스타일의 '코르비니언' 등 11가지나 된다.

가장 인기 있는 바이첸복(강하게 양조한 밀맥주) 스타일의 '비투스'는 500cc 한잔에 1만4000원. 절대 싸지 않은 가격이지만 펍 안엔 빈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매니저 이재동씨가 도자기로 된 코르비니언 전용 잔을 묵직해 보이는 갈색 맥주로 채우며 말한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 가격 이상의 가치가 있는 한잔이라고 저희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